[연극] 용호상박(龍虎相搏). by 도리




용호상박(龍虎相搏).
2009. 09. 11. ~ 09. 20.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작, 연출 : 오태석 | 전무송(지팔룡 역), 정진각(지하룡 역), 조은아(이장 역) 등

2005년 초연 이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는 연극 <용호상박>은 대한민국 연극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오태석 연출가의 작품이자, 혼을 담아 연기를 보여주는 연극배우 전무송씨의 제 42회 동아연극상 대상에 빛나는 작품이다.

강사리 범굿을 지내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범굿의 주인인 '범'이 100년만에 나타남으로써 그동안 관례적으로
제물(소머리)를 어부들에게 팔고 그 이익으로 살아가던 어부형제와 마을사람들과 범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머리를 원래 주인인 범에게 돌려주려는 형과, 관례대로 어부들에게 팔려고 하는 아우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틈을 타 소머리에 집착하던 범의 책략과 어부들의 욕심이 결국 형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내용인데, 연극과 굿의 만남이라니.
소재가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낯설기만 하다.

대나무를 울창하게 심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대숲의 느낌을 연출가 오태석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연출하고 재연한다.
앙증맞은 고추밭은 물론 바닷가 근처에서 날아다니면서 울어대는 갈매끼가 세세하고도 정교한 연출을 통해 극에 몰입하게 한다.
무대 가득 생명력이 넘치는 가운데, 토속적이면서도 서민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려 오태석 연극이 이런 것임을 배우게 한다.

비교적 짧은 상연시간(80분)은 빠른 전개에 도움을 주며 호흡을 빨리 한다. 정극이라는 압박에 유쾌하지도 않고 가볍게 보지 않아
앉아있는 내내 생각만하다가 이 극의 진짜 재미나 즐거움을 놓친다면 정말 후회할 일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원인과 결과 모두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드러내 주는 것은 그다지 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마저도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이 연극이 "청소년극장"에서 상연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곱씹어 보면서. 아마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두고 이 연극을 본다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른 구도와 관점으로 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 2009. 09. 16., 부모님 관람.


덧글

  • 파안 2009/09/24 23:38 # 답글

    문화생활 정말 즐기시나봐요- 혹시 클래식은 좋아하지 않으시나요?
  • 도리 2009/09/25 23:54 #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듣는 것 자체는 좋아합니다. :D
    사실 이 연극은 제가 본 게 아니라서...(먼산 : 보지도 않고 글을 썼다고 자백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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