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한국). by 도리





불꽃처럼 나비처럼(The Sword With No Name), 2009년 한국 작품.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 상영시간 : 124분 | 개봉 : 2009년 9월 24일 |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

2009년 9월 30일(수) 감상, 롯데시네마 구리 4관 alone.

포스터A안이나 B안이나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사랑이 시작된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들어있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이유를
알려고 이 영화를 생각해보면 참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 남이 알고 있는 역사가 다르고, 전공자와
비전공자, 지식인과 비지식인 등의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의 한계가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것 같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이유. 그 부분에 이 영화는 '픽션'을 들이대고 있다.

세상에 자신을 알리지 않은 채 피비린내에 찌들어 살아가던 무명(조승우 분)은 어느 날 자신이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자영(수애 분)을 통해 느끼게 되고, 그녀의 죽음까지 지켜주겠다고 다짐하고 입궁하게 되어 그녀의 호위무사로서 인생을 산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외압과 조선을 지키기 위한 자영의 외교가 충돌하면서 역사의 파란이 시작된다는 게
이 이야기의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된다. 우리가 알고있는 민자영- 명성황후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픽션'으로 짜여진 것이다.

이 영화는 픽션이다. 그러함에 있어서 역사를 가지고 온 '팩션'이라서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비록 100년밖에
지나지 않은 우리의 역사를, 그것도 가장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순간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해와 논란이 분분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면 기획자는 물론 원작자의 가장 큰 미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글을 적으면서 어디까지 우리가 받아들여야
이 영화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오래 고민해야만 했다. 하지만 고민의 대가는 꽝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이야기를 길게 늘여보자면 할 말은 많다. 가령 명성황후의 역사적 업적에 대하여 언급하고 싶어진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명성황후의 이미지는 이미연이나 최명길이 뮤직비디오 혹은 드라마에서 만들어놓은 이미지가 아닐까? 아니면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한 감동이거나.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명성황후는 어떠한가? 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진다. 분명 길어질테지만,
그 이야기를 모두 축약해보자면... 이 영화에서의 명성황후는 팩션이기에 굴욕적이고 치욕스럽다.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명성황후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더 위험하다. 지옥과 같은 역사에 불꽃을 들이미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는 폄하할 생각이 없다. 영화 자체는 참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주옥과도 같은 장면들도 있다. "너의 칼은 즐거웠다, 친구"라던가 인상깊은 대사도 있다. 자영과 무명의 애틋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뻔하지만 마음을 흔드는 장면도 있다. 상영관을 끝까지 지키고 있게 하는 그 무언가도 있다. 수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코르셋을 입고 빨간 유럽식 드레스를 입은 장면에서 눈이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라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 글을 맺어야 할 지 조차도 난감할 정도로 한 숨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안타까운 영화다, 정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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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01410 2009/10/06 09:10 # 답글

    이 영화는 2시간에 딱 맞춰 과도하게 편집한 욕심이 망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배급측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딱 봐도 초반 45분과 후반 1시간 15분은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흡이 다르죠;;; 3시간 정도짜리 대작으로 만들었다면 초반부 무명-민자영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 되는 난감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거라 보이는데.... 스탭롤 가기 직전에 지나가는 에필로그풍 영상이 아마도 편집에서 잘려나갔던 자투리를 활용한 것 같더군요.
  • 도리 2009/10/08 00:57 #

    반갑습니다, 소중한 덧글 고맙습니다. (꾸벅) 동의합니다.
    원작 소설을 보니 2권짜리 꽉꽉 채운 느낌이 가득하더라구요. [...] 스탭롤 직전의 영상들을 잘 풀었다면 어땠을까? 싶다가도,
    그러면 또 루즈하게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손 댈 데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영화였습니다.
  • SilverRuin 2009/10/07 02:27 # 답글

    쓴 영화라니, 보고 싶어집니다.......
  • 도리 2009/10/08 00:56 #

    보고나서 도리를 원망하시면 곤란합니다. (에헷)
  • 베리베리 2009/10/07 14:49 # 답글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었는데 보고난 도리님도 뭔가 난감하신 거군요 ㅜㅜ
  • 도리 2009/10/08 00:57 #

    하지만 저는 수애씨를 좋아하니까 수애씨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손발이 오그라들었습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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